"자 배낭을 뒤로 메는 것은 도둑에게 다 가지고 가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배낭은 항상 앞으로 메세요."
"차에 절대 귀중품 두고 다니면 안 됩니다."
"여긴 관광지라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소지품 항상 조심하세요."
"밤에 가급적 호텔 밖으로 돌아다니지 마세요. 개인행동 위험합니다."
패키지 여행을 가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이드에게 듣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미얀마 가이드에게는 이런 얘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에게 많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꼭 필요한 것 말고는 차에 놓고 다니기 바랍니다."
"호텔에만 계시지 말고 주변에 미얀마 현지인들 어찌 사시나 둘러보셔도 좋습니다. 단 길 잃어버리지 않도록 호텔 카드 하나 챙겨갖고 가세요."
미얀마에서 소매치기, 퍽치기 등에 대한 염려를 들어본 적이 없다. 미얀마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분은 원래 방콕, 캄보디아 등지에서도 가이드를 하다가 10여 년 전부터 이곳 미얀마에서 정착해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미얀마에서는 한 번도 그런 불미스러운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얀마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걱정이었다.
"거기 안전해?"
우리에게 알려진 미얀마는 아웅산 폭탄 테러, 로힝야족 학살 사건, 과거 공산주의 정권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알려졌다 보니 아무래도 치안 역시 불안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이 치안이 안전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과거 군부독재정권의 철저한 통제 시스템의 문화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엄격한 법집행 등으로 인해 그런 범죄율 자체가 낮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불교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불교에서 도둑질 등은 큰 악행이기 때문에 선업을 쌓아야 하는 미얀마인들 입장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일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하지만 쌀 생산량이 많다 보니 최소한 배가 고파서 도둑질하는 사람은 없다는 설명이다.
넷째는 역시 불교 문화와 관련이 있는데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자세라고 한다. 아직 본격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물들지 않아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니 미얀마가 안전한 나라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래서 여행 다니는 내내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 작년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갤럽이 15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안전한 국가를 전화 및 대면 조사한 결과 미얀마(34위)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1위)와 인도네시아(16위) 다음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미얀마 전체가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가이드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얀마의 경우 로힝야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방글라데시와 접경 지역이나, 소수민족의 독립 투쟁이 벌어지는 시골 지역의 경우 치안이 불안해서 여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양곤, 만달레이, 바간 등은 안전하고, 사람들이 순박해서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미얀마는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가고 있다. 또한 한국을 배우자며 경제 발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와 개발의 붐이 불면 과연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미얀마인들의 순박함이 그대로 지켜질지? 아니면 그들의 마음 역시 탐욕이 넘쳐나 안심하고 다닐 수 없는 도시로 바뀌게 될지 미얀마의 앞날이 궁금하다.